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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창고 알바 썰 쇼핑몰 풀필먼트

by 커피쟁이_ 2023.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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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창고 알바 썰
물류창고 알바 썰

유명 쇼핑몰 풀필먼트 업체에서 알바를 했었습니다. 진짜 별일이 다 있었죠.

 

풀필먼트는 A쇼핑몰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B라는 창고에서 주문이 들어온 제품을 포장, 발송까지 진행합니다. 이 외에 고객상담, 반품/환불도 진행합니다. 이게 풀필먼트 서비스입니다.

 

아무튼, 사업을 준비하면서 알바라도 간단하게 하면서 준비하자는 생각에 집 근처 물류창고에서 구인을 하길래 지원해서 바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냄새가 너무 난다

출근한 지 3일이 된 날 부족한 상품을 채우기 위해 적재존에 가는데 주임이 따로 부르더니 "덜 마른 옷을 입으면 냄새가 많이 나는데, 잘 말려서 입어주면 좋겠어"라고 하더군요. 일단 알았다고 대답하긴 했습니다만 저는 덜 마른 옷을 입은 적이 없었고 6월에 찌는듯한 더위에 선풍기 한 대도 없는 곳에서 땀냄새가 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로 아르바이트생들이 검은 옷을 자주 입었는데 오후가 되면 땀자국에 하얗게 소금이 묻은 것처럼 변하곤 했습니다. 다음에도 평소처럼 입고 갔지만 추가로 냄새난다고 말하진 않더라고요. 더운 날에 힘쓰는 일을 하니 적응기엔 땀을 많이 흘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주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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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좀 비켜주세요

피킹팀에서 주문이 들어온 상품들을 가져가는데 주문량에 비해 상품이 적으면 적재존에 가서 상자를 들고 와서 채워 넣어야 합니다. 한 상자에 여름옷 기준 80~140벌이 들어가서 무게가 상당하죠. 물류창고 특성상 공간이 넓지가 않습니다. 물건을 꽉꽉 채워 넣어야 해서... 보통 사람이라면 무거운 물건을 든 사람이 지나가면 비켜줘야 하는 게 맞는데 여긴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가는 게 먼저인 사람들이라 비켜주질 않아요. 피킹팀은 100% 여성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래 근무하신 분들은 잘 비켜주십니다만 얼마 안 되신 분들은 하나같이 비켜주지 않으시더라고요.

 

이런 경우 일일이 비켜달라고 하기도 그래서 양보해 주면 끊임없이 지나갑니다. 결국 비켜달라고 말하면 다음날 아침 조회 때 주임이 "여사님들께 말 좀 조심해서 해주세요"라는 식의 전달을 받습니다.

 

한 번은 박스 내려놓아야 하는 공간에 갑자기 피킹팀 사람이 지나가는 바람에 다시 들어 올리면서 손목이 꺾였고 동시에 악!이라는 소리를 냈지만 무시하고 그냥 갈길 가더라고요. 주변을 살피지 않고 박스 내린 제 잘못도 분명 있습니다만 당연히 거기에 박스 내릴 거라는 걸 다 알면서도 지나가는 그 사람의 심리가 참 궁금했습니다.

 

연차 사용이나 야근 안 할 거면 구체적인 사유를 말해라

야근은 자율이라 해놓고 막상 야근을 계속 빠지면 따로 불러서 "야근을 안 하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 미안하다고 말은 안 해도 미안한 티는 내야 하는데 너는 그게 안되더라"라는 식의 말을 듣습니다. 이건 직원들 입장인 거고 아르바이트생들끼리는 바쁜 날 연차를 쓰든 야근을 안 하든 전혀 신경 안 씁니다. 바쁘지 않은 날에도 연차 쓰는 거 눈치 보는 아르바이트생이 있어서 "네가 그렇게 눈치 보고 안 쓰면 우리도 못쓴다"라는 말로 설득했고 바쁜 날에 쓰더라도 "야 너 연차 쓰기 잘했다"라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결국 연차 사용이나 야근 안 할 때는 구체적은 사유를 말하라는 통보를 받게 되었죠. 그 말을 하고 일주일 뒤에 주임은 가장 바쁜 월요일에 연차를 사용했고, 그 이전에 이미 저한테 월요일에 연차 쓰지 말라고 한 뒤 수, 목, 금 연속 3일 연차를 썼었죠. 이쯤 되면 아르바이트생은 사람으로 안 보는 게 맞겠죠?

 

일하는 척이라도 해라

쇼핑몰 취급 상품 특성상 여름에 피크를 찍고 이후에 서서히 주문이 줄어듭니다. 자연스럽게 야근을 안 하게 되고 점점 일이 줄어드는데, 정말로 할 일이 없어서 잠깐 쉬는데 지나가던 주임이 "여러분들이 이렇게 쉬고 있으면 오전부터 열심히 일했던 고생이 사라지는 거야"라는 말로 일하는 척이라도 하라고 하더군요.

 

주임이 이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피킹팀에서 말이 나오기 때문이죠. 피킹팀이야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체감을 잘 못하니까 그럴 수 있는데 다 아는 주임이 우리 편을 들기는커녕 피킹팀과 마찰이 생기기 싫어서 일하는 척이라고 하라는 게 저는 정말 어이가 없었고 관리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피킹팀은 안 쉬냐? 쉽니다. 일 없으면 중간중간 옹기종기 모여서 떠듭니다. 근데 그걸 로케이션에서 일하는 남자 아르바이트생들이 말할까요? 아뇨. 힘들게 다 같이 일하는 거 아니까 말 안 하죠. 피킹팀의 업무강도가 얼마나 약한지 예를 들어보자면, 노래를 트는데 발라드가 나오면 "잠이 오는데 다른 거 틀면 안 될까?"라는 민원이 들어옵니다. 로케이션은 졸릴 틈이 없습니다.

 

직원 없어도 잘 굴러간다

주임이 다른 창고로 출장을 일주일정도 가게 되었는데 아르바이트생들끼리 문제도 없고 더 효율적으로 일처리를 했습니다. 적재존에 피킹팀이 갈 일이 없기에 거기서 잠깐씩 쉬면서 일할 땐 일 하고 주임의 잔소리 안 들으니 일도 더 빨리 끝났습니다. 결국 주임이란 관리자는 있으면 독이 되는 존재라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 때는 혼자 16 카트 옮겼어

적재존에서 가져온 상품 박스를 카트에 실어서 버리곤 했는데, 장마철이라 비가 계속 와서 못 버리다가 비가 안 오는 날 한 번에 버리게 됩니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층 업체에서도 많이 버렸는지 박스가 굉장히 많이 쌓여있었고 도저히 버릴 수 없다고 판단해 주임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으나 "나는 그거보다 더 높은 것도 쌓았어. 해봐"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꼰대라는 건 알고 있어서 별로 타격은 없었습니다만 박스를 던져도 다시 흘러 내려오는 과정을 반복하던 중 인형 뽑기 하듯이 박스를 한 움큼 잡아서 수거해 가는 차가 왔고 기사님이 치워주면 그때 버리라고 하시더군요. 기사님의 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데 주임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일 안 하고 뭐 해? 빨리빨리 움직여"라고 하더군요.

 

군대에서도 옆에 기계가 돌아가면 작업 안 시킵니다. 결국 기계가 돌아가는 와중에 박스를 버리면서 주임 들리라고 일부러 욕을 섞으며 작업했습니다. 다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주임이 또 한마디 합니다. "박스... 처음 버려봐? 나는 혼자서 16 카트도 버렸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오늘이 퇴사하는 날이구나 싶었습니다. 진심으로 주임 한대 칠까 라는 고민을 계속했거든요. 결국 땀범벅이 된 채로 로케이션에 돌아와 담당자가 보는 앞에서 주임 욕을 맛깔나게 하니 담당자가 저한테 일을 안 시키더군요. 그렇게 남은 시간은 편하게 보냈습니다.

 

거의 주임에 대한 얘기로 가득 찼는데, 이 외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주임 말고도 빌런이 더 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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